2025. 5. 18. 12:12ㆍ카테고리 없음
키워드로 보는 정치 여섯 번째 시간으로 오늘은 '토론'이라는 키워드를 선정해 봤습니다. 오늘부터 대선 후보 네 명(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민주노동당 권영국)의 TV토론이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후보자 TV토론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공식적으로 선거 과정에 도입된 것은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서울시장 선거)부터라고 합니다. 이는 선거법 개정으로 방송을 통한 후보자 토론이 제도화된 첫 사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전에는 언론사 주최 대담 형식(패널이 후보에게 질문하는 방식)만 존재했다고 하는데, 본격적으로 후보자들 간의 직접 토론 방식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으로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설치되고, 3회 이상 합동토론회가 의무화됩니다. 이에 후보자 TV 토론이 필수 선거 절차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주요 방송 3사가 공동 주관하는 합동토론회가 정례화되었습니다.
참고로 대통령 TV 토론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1960년 케네디-닉슨 간 TV 토론이 첫 시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존 F. 캐네디(민주당)와 리처드 닉슨(공화당) 간의 4차례 TV 토론이 있었고, 특히 첫 토론은 미국 정치사에 큰 전환점을 남겼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당시 닉슨은 TV용 메이크업을 거부해 창백하고 피곤한 인상을 준 반면, 케네디는 젊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 또렷한 목소리와 세련된 외모 등으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토론은 당시 무려 6,640만 명이 시청했는데 TV 화면에 보이는 이미지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로 소개될 정도로 파급력이 큰 사례입니다. TV 토론 등 영향으로 이 선거에서 케네디가 닉슨을 박빙의 승부 끝에 꺾고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오늘부터 대선 정국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토론회가 시작되는 만큼 오늘은 우리나라 역대 주요 대선 토론회의 역사, 토론회 제도에 대한 역할 등 고찰, 2025 대선 후보 TV 토론 일정 및 주제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선 TV 토론은 경제, 사회, 정치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주제별 심층 논쟁의 장으로서 기능을 수행합니다. 주요 지상파와 국회방송, KTV,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 또는 녹화 방송이 있으니 꼭 시청하시고 각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매의 눈으로 비교해 보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이 것은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앞으로 대한민국호의 선장을 뽑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역대 주요 대선 토론회 소개
- 1997년(15대 대선) : 15대 대선에서는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후보가 대통령에 도전한 선거였습니다. 한국 최초로 TV 합동토론회가 도입된 선거였는데 한 자리에 모여 직접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모습 자체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로 다가왔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후보들이 서로를 직접 지칭하며 논쟁하는 장면이 지금과 같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후보들의 표정과 말실수, 돌발 발언 등이 방송 후 개그 프로그램이나 패러디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TV 토론에서 당시 김대중 후보는 기존의 강성 이미지를 벗고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각인시켜 부동층 표심을 크게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토론회 이후 김대중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알려져 있고, 당시 유권자 79.8%가 TV 토론이 지지 후보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습니다. - 2002년(16대 대선) : 노무현, 이회창, 권영길 후보가 참여한 16대 대선 TV 토론회에서는 토론회 이후 대중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하는 등 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히 신드롬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권영길 후보의 "국민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 IMF 극복되고 경제 엄청 좋아졌다는데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발언은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명대사로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 있습니다. 이 유행어는 각종 개그 프로그램이나 패러디에 빠지지 않고 친근하게 자주 인용되기도 했는데 당시 진보정당 후보로서 당시 이회창 - 노무현 두 거대 양당 후보 사이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돌풍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 2012년(18대 대선) : 제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박근혜, 이정희 후보가 토론을 펼쳤습니다. 이들의 TV 토론 장면을 가장 잘 풍자한 것으로 가수 임재범의 대표곡 '너를 위해'의 가사 한 소절이 많이 인용되었습니다. " 내 거친 생각과(이정희 후보) 불안한 눈빛과(박근혜 후보) 그걸 지켜보는 너(문재인 후보)"
토론 직후 개그 프로그램과 인터넷 커뮤니티, SNS에서 이 가사가 후보들의 토론 태도와 표정,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빗대는 소위 밈으로 급속도로 퍼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때 토론에서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등장과 발언이 큰 이슈 중 하나였습니다. 이 후보는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저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습니다. 반드시 떨어뜨릴 겁니다."라고 직설적으로 밝혔습니다. 이것 또한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명대사 "난 한 놈만 패"로 패러디되어 개그와 풍자의 소재로 회자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정희 후보의 이러한 공세는 박근혜 후보의 보수 표심 결집을 오히려 도운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결국 마지막 토론회에서 이정희 후보가 사퇴하면서 박근혜-문제인 양자 대결로 진행되었습니다. - 2022년(20대 대선) : 제 20대 대선에서는 후보들의 말과 태도, 표정, 몸짓까지 다양한 장면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윤석열, 안철수 이재명 후보의 특징적인 모습과 발언은 방송 이후 인터넷 밈, 패러디, 풍자 소재로 지금까지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윤석열 당시 후보는 답변이나 질문을 받을 때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소위 '도리도리'가 화제가 되었는데 몇 번 반복되었는지 구체적 횟수까지 언급되며 유튜브, 커뮤니티에서 패러디와 짤방의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의 답변이나 발언에 대해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젓거나, 눈을 감고 미소 짓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되었습니다. 소위 '안철수 절레절레' 짤 등으로 역시 온라인에서 지금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밖에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기습적으로 'RE100' 정책을 물었고 윤 후보가 "RE100이 뭐죠?"라고 되묻는 장면이 있었고 이 장면에 대해 양쪽 진영에서 다른 해석이 나왔습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소위 '윤무식' 프레임으로 비판했고, 윤 후보 지지자들은 대선이 '장학퀴즈'냐고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시대가 지날수록 후보자들의 말뿐만 아니라 몸짓, 표정, 리엑션까지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선거 토론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였습니다.
대선 토론의 의미와 역할
- 정책·공약 검증 : 후보가 직접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고, 상대 후보와 실시간으로 논쟁하며 정책의 현실성과 차별성을 드러내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 자질·리더십 평가 : 돌발 질문, 공약 비교, 상대방 공격 대응 등에서 후보의 리더십, 소통능력, 위기 대처력을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평가의 장입니다.
- 유권자 선택의 기준 : TV 토론 시청 후 유권자의 후보 선택이 바뀌거나, 선거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 정치 참여 촉진 : 토론회는 국민적 이슈를 환기시키고, 정책 중심의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핵심 역할을 합니다.
대선 토론의 한계와 문제점
- '쇼'와 전술적 게임에 치중 :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보다는 후보자 간의 말싸움, 이미지 경쟁, 즉흥적 대응 등 '전술적 게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론도 정책에 대한 정보 제공보다는 후보자들의 공방이나 실수 등 승패와 퍼포먼스에 치중하여 보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사실 왜곡과 허위정보 확산 우려 : 제한된 시간과 즉각적인 팩트체크의 부재로 인해 후보가 근거 없는 주장이나 허위 정보를 제시하더라도 바로잡기가 어렵습니다. 토론 중 주장을 통해 나온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어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 형식의 진부함과 혁신 부족 : 1960년대 미국식 토론 방식이 크게 바뀌지 않고 반복되고 있어, 시청자들에게는 식상하고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최근 AI 질문 도입 등 새로운 형식과 시청자 참여 확대 등 혁신적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상호 비방과 신경전 과열 : 토론회가 거듭될수록 후보들은 의제와 관계없이 자신과 관련된 의혹 해명과 상대방 공격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호비방, 중복 질문과 뻔한 답변이 이어지는 모습에서 유권자들은 크게 실망하기도 하고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부작용도 존재합니다.
21대 대선 TV 토론 일정 및 주제, 참석 기준 등
<1차 토론 >
- 일시 : 2025년 5월 18일(일) 저녁 8시 ~ 밤 10시
- 방송사 : SBS(주관), KBS, MBC, 국회방송, KTV, 유튜브 등
- 장소 :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
- 주제 : 경제 분야(저성장 극복, 민생경제 활성화, 트럼프 시대 통상 전략,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 등)
- 사회자 : 편상욱(SBS 기자)
<2차 토론 >
- 일시 : 2025년 5월 23일(금) 저녁 8시 ~ 밤 10시
- 방송사 : KBS(주관), SBS, MBC, 국회방송, KTV, 유튜브 등
- 장소 :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
- 주제 : 사회분야(사회 갈등 극복과 통합 방안)
- 사회자 : 이윤희(KBS 기자)
<3차 토론 >
- 일시 : 2025년 5월 27일(화) 저녁 8시 ~ 밤 10시
- 방송사 : MBC(주관), SBS, KBS, 국회방송, KTV, 유튜브 등
- 장소 :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
- 주제 : 정치분야(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
- 사회자 : 전종환(MBC 기자)
<미초청 후보 토론 >
- 일시 : 2025년 5월 19일(월) 밤 10시 ~ 밤 12시
- 방송사 : SBS, 국회방송, KTV, 유튜브 등
- 장소 :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
- 주제 : 국정 전반(특정 주제 제한 없이 자유토론 형식)
- 사회자 : 고희경(SBS 기자)
참고로 1~3차에 참석하는 후보의 초청기준은 국회 5석 이상 정당, 최근 전국 선거 득표율 3% 이상,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후보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에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후보가 참석합니다. 앞의 세 후보는 초청기준에 수긍이 되나 원외 정당인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왜 대상이 되는지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전신인 정의당이 2022년 지방선거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전국 득표율 3% 이상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 기준을 충족하여 권영국 후보가 참여 자격을 얻었습니다. 위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자유통일당 구주와 후보, 무소속 황교안 후보,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5월 19일 후보 토론회에 참석하게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