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1. 21:25ㆍ2025년 정책 소개/오늘의 정책
1. 국민연금 개혁의 의미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여야합의를 통해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연일 보도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다 여야가 그 어느 때보다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이 시점에 오래간만에 이뤄진 여야 합의의 모습은 그 내용을 떠나 오래간만에 정치의 역할을 국민에게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고 노후소득 수준을 강화하기 위한「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과 기대효과를 소개하였습니다. 오늘은 이 내용을 중심으로 어떤 점이 달라졌고 향후 어떻게 달라지며 앞으로 기대효과와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최대한 쉽고 자세하게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주요 개정 사항
1.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조정 : 미래를 위한 전략적 접근
이번 연금개혁의 핵심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전략적 조정에 있습니다. 현재 9%인 보험료율은 2026년부터 매년 0.5%p씩 점진적으로 인상되어 2033년에는 13%에 도달할 예정입니다. 보험료율은 현재 여건 상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나, 올리더라도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점진적으로 상향해 가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입니다. 보험료율의 개념은 내가 부담하는 금액의 비율이므로 그나마 쉽게 이해되는 편이나, '소득대체율'이란 용어는 잘 모르는 분들도 있으므로 먼저 소득대체율 개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소득대체율이란 은퇴하기 전 벌었던 평균 소득 대비 연금으로 받게 될 금액이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서, 예컨대 소득대체율이 50%라면, 은퇴 전 평균 소득의 절반을 연금으로 받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소득대체율이 높을수록 은퇴 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여야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점진적 상향하는 데는 합의하였습니다만 소득대체율을 몇 퍼센트로 할지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왔습니다. 국민의힘은 43%를 민주당은 44%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는데 잘 모르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고작 1% 차이가 얼마나 크길래 그렇게 여야가 싸우느냐고 지탄하거나 비난하는 분들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언뜻 보면 1%에 불과해 보이지만 시간을 좀 더 미래로 확장해 본다면 이 차이는 어마어마한 결과로 나타납니다. 한 언론기사의 분석에 따르면, 만약 개혁 없이 현 상태가 그대로 이어질 경우 70년 뒤 기금의 누적 적자는 2경1669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반면, 개혁안에 따라 보험료율을 13%로 상향하고 소득대체율을 43%로 하면 누적 적자를 약 4,318조원 줄일 수 있고 44%로 할 경우 누적 적자를 3,542조원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1% 차이지만 그 차이가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 더 큰 776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며, 정부가 국민연금에 쏟아부어야 하는 돈이 이 만큼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1%의 실질적 의미는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더 떠안게 하느냐 기성세대의 노후 안정성을 더 보장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사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수의석을 가진 야당은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 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 등 세 가지 사항을 제시하면서 여당이 이것을 수용할 경우 43%에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어제 최종적으로 소득대체율 43%로 합의하며 확정된 것입니다.
설명이 좀 길었지만 이러한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의 조정은 국민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조정과 함께 기금수익률 제고 노력이 병행된다면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2056년에서 2071년으로 15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2. 연금급여 지급보장 명문화 : 국민 신뢰 제고
이번 연금개혁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국가의 연금급여 지급 근거를 명확히 규정했습니다. 기존 국민연금법이 연금급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급을 위한 국가의 시책 수립 의무를 명시했던 반면, 이번 개정에서는 '국가의 연금급여 지급 보장 및 이에 필요한 시책의 수립과 시행'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연금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3. 출산 및 군 복무 크레딧 확대: 사회적 가치 보상 강화
이번 연금개혁은 출산과 군 복무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출산 크레딧은 이제 첫째 자녀부터 지원되며, 첫째 자녀에 대해 12개월의 추가 가입 기간을 인정하고, 기존의 최대 50개월 상한 규정을 폐지합니다. 잠시 출산크레딧에 대해 살펴보면 소득 공백을 보상하고 노후 소득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로서, 현재는 둘째아 12개월, 셋째아 이상 18개월씩 추가 가입 기간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개정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출산 가구의 노후 소득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다자녀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저출산 문제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군 복무 크레딧도 현행 6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확대되어, 군 복무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개인의 소득 활동 제약에 대한 보상을 강화합니다.
4.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확대: 사회적 약자 배려
보험료 인상에 따른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 지원 대상을 확대합니다. 기존에는 보험료 납부를 재개한 지역가입자에게 최대 12개월간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했으나, 이제는 저소득 지역가입자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소득 기준은 대통령령에서 세부적으로 정할 예정입니다.
3. 향후 과제
이러한 연금개혁에 대해 대체적으로 찬성하고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특히 이번 개혁안 통과에 미래세대 입장을 대변하는 3·40대 청년 정치인들은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으로 표결에도 기권 또는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재석 277명 중 찬성 193명, 반대 40명, 기권 44명으로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은 즉각 반대입장을 내고 반대 40인 명단을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소위 '더내고 더 받는다'는 개혁안은 '청년이 더내고 기성세대가 더 받는다'의 의미라며 세대 간 양보 없이 처리된 개혁안은 역사적 평가가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이번 개혁안이 졸속으로 합의되었고 '답정너식 연금 야합'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의 입장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연금문제는 세대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매우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라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앞서 포스팅했을 때도 언급했듯이 청년세대에게 연금은 '더 내고 덜 받는' 매우 불합리한 제도로 이럴 거면 "안 내고 안 받을 테니 다 없애"라는 격양된 입장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개혁안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계수조정 방식으로 고갈 시점만 15년 정도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여 시간 벌기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많습니다. 앞으로 연금 수령 연령 상향조정, 자동조정장치 등 기성세대의 양보가 필요한 개혁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금, 정년연장 등 민감한 세대 간 갈등 이슈들에 대해서는 서로 양보와 타협으로 최대한 접점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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